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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멍키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IT산업'이란 단어는 도전을 꿈꾸는 경영학도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도전정신과 성공의 기회로 가득 찬 기회의 장이라기보다

성공을 향한 광기, 자만심, 탐욕으로 이루어진 짜고 치는 고스톱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는 작가가 여기 있다. 

 

보통 이런 책은 가명을 쓰거나 약간의 각색을 통해 익명성과 비밀이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작가는 무슨 배짱(?)인지 실명과 여러 사건을 가감 없이 풀어내서 현실성을 더한다. 

 

웬 괴짜의 음모론 같아서 다른 책을 고르려 했으나

한국의 실리콘밸리(아닌가요?)라 불리는 판교의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내 입장에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판도라의 상자 같은 책이었다. 

 

보통의 책들이 성공 스토리와 차별점을 통한 동기부여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이 책은 극한의 현실주의적 관점의 책이다. 

 

 

'성공의 이유는 상황이 벌어진 뒤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기억상실증 증세가 있는 테크 언론계는 기업이 어떻게 그런 성공에 이르게 되었는가에 관한 화려한 가짜 스토리를 지어낸다. 굳은 확신에 차서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서부터 흠 하나 없고 매끄러운 기술적 실행에 이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꾸며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쯤 장님인 이가 저지른 성공 확률이 희박한 '도박'이 확신 가득한 선지자가 실천한 당연한 '혁신'으로 탈바꿈한다. 세상은 그 기업에 천재라는 왕관을 씌우고, 해당 기업 또한 그런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 '카오스 멍키' 중에서 -

 

 

작가의 말대로 경영 서적을 읽다 보면 그들의 성공 스토리에서 묘한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비슷한 내용으로 가득한 짜인 각본 같달까?

물론 그러한 공통점들을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숨겨진 어떤 원리가 있어서 이를 발견하고 성공으로 이끌어나갔다기보다는 

성공한 케이스들을 모아보니 어떤 공통점이 발견되었고 이를 강조하며 교훈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래서 저 또한 책을 읽는 목적이 성공 스토리 속에 숨겨진 절대 명제를 찾으려기보다

나 자신을 동기 부여하고 다양한 관점과 이야기를 듣기 위함입니다. 

(내가 직접 경험해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그런데 간혹 사람들은 성공한 사업가를 무슨 절대적인 선(善)이며 보통의 윤리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그들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죽일 놈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최근에 빌 게이츠의 이혼, 배달의 민족 인수, 카카오 의장 자녀 채용 등)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지금의 성공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계획했던 것이 아니었고

살아남기 위해 현실과 수많은 타협을 하며 때로는 원치 않은 선택을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멋대로 해석해왔던 사실들을

가감 없이 지적해주니 묘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유기농 식단보다는

치즈 듬뿍 올려 밤 12시에 먹는 불닭볶음면 같은 맛이었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관점의 책이었으며,

획일화된 성공 스토리와 신화(?)로 도배되었던 제 독서 리스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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