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일기] 확신은 갖되, 맹신은 하지말자 (feat. 클레이튼)

 

 

 

PX 덜 가고, 담배 안 펴서 악착같이 모았던 적음

 

2017년, 군 복무 시절 들었던 적금을 시드머니 삼아 처음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는 '워렌 버핏'의 격언에 맞게  

네이버 연예 기사로 다져진 내공을 바탕으로 엔터주에 처음 투자했고

 

친환경이 미래의 트랜드가 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 형님들의 조언에 따라

친환경 및 태양광 주식을 수집했으며 

 

높은 시장점유율이야말로 종목 선정의 필수 조건이란 말에 홀려

국내 독보적인 검색 플랫폼과, 메신저 앱에 투자했습니다. (모두가 아는 그 앱...!)

 

 

공부하고자 하면 배울 곳이 너무 많은 '주식'

 

꾸준히 여러 구루들의 조언, 유튜브, 투자 서적, 애널리스트 레포트를 공부하며

저의 투자성향과 다양한 상품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저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호황에 힘입어 수익률이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엄마가 2주 전에 시작한 암호화폐의 수익률이

제2년 간의 수익률보다 높은 것을 보며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믿던 것이 틀리다는 것을 알았을 때'

 

'화폐'보다는 '투자 자산'에 가까운 암호화폐

 

엄마가 처음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이며 제 의견을 물었을 때,

투자 구루들과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품은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원인 모를 강한 확신을 갖고 있던 엄마는

제 투자금과 비슷한 정도의 금액을 암호화폐에 투자했고

결과는 엄마의 완승.

 

이를 지켜보며, 함께 투자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대신,

제가 믿고 따랐던 신념에 대한 배신감과

내 말이 정답인양 상대방의 의견을 등한시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과거의 성공 -> 현재의 성공 (X)'

 

 

'다수'의 의견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지만

여전히 가치 측정의 기준은 '과거'에 머무를 때가 많았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기준과 달리 기존의 방법은 이미 성공 선례가 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만큼 또 다른 성공을 안겨줄 기댓값이 높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과거는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만일 유지가 아닌 성장을 꿈꾼다면

오히려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유연한 갈대 같은 사고를 하자'

워렌 버핏 포트폴리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워렌 버핏' 선생님도

현재 본인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섹터는 

과거에 그가 투자를 꺼려했던 IT산업입니다. (47%)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던 워렌 버핏도 자신의 신념을 유연하게 수정하는데

저는 뭐라고 제 생각을 굳은 신념인 것처럼 말하고 다닌 걸까요...

 

여러 책을 읽고 사색의 시간을 통해

언제나 제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려 노력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생각에 고착화되어 변화를 거부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투자 상품이었지만,

단순히 제 투자 성향을 넘어 제 생각과 태도를 반성하게 되네요. 

 

솔직히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투자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유연한' 잣대를 갖고 선택하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무서운 암호화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