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9 '2020년에도 기시감이 드는 1984년 이야기' [1984]

1984 (조지 오웰)

 

수 많은 기사에 인용되고 회자되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고전을 읽어봤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완독한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고 모두가 아는 '빅 브라더'를 만나기 위해 1984를 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빅 브라더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범 사례 때마다 꼭 등장하는 1984의 오세아니아 최고 지도자입니다.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있는 빅 스크린을 통해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빅브라더는 2020년인 현재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2020년 버전 빅브라더?

 

대한민국의 방역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성공 사례로 꼽힐 정도로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3차 확산에 좀 주춤하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검진 받을 수 있는 검사소와 밤낮 없이 고생하는 의료진, 높은 국민의식 덕분에 확진자 숫자 또한 세계 평균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역학 조사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요즘 가장 많이 받는 문자는 스팸도 아닌 코로나 안전 안내일 것입니다.
개인 방역에 힘써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문자와 함께 그가 방문한 동선과 시간이 즉각 공유됩니다. 심지어 밀접 접촉자인 경우 보건소에서 직접 연락이 옵니다.  

 

그렇다면 연락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여러분이 실내에 입장할 때 작성 혹은 찍었던 QR 코드, 카드 사용내역, GPS, CCTV 등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여러분은 위 정보를 모두 제공하는 것에 (진심으로)동의하셨습니까? '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제 생각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로 인해 아무 연관 없는 사람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데이터가 활용되는 것은 동의합니다.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서관과 헬스장이 문을 닫고 수 많은 사람들이 검사 받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는 다시 한 번 나보다 남을 위해서라도 조심해야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난 상황을 한 번 가정해보겠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정부와 기업은 데이터를 활용한 효과와 성과를 이미 한 번 경험했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역학 조사가 아닌 맞춤형 정책 발의, 개인 맞춤형 광고, 데이터를 기반 정책 결정 등으로 활용한다면 보다 적은 자원을 투자해서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조금만 바꿔 말하면 해당 정보를 활용하여 여론 조작, 구매 유도, 타의적 의사결정 등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특정 집단에게 유라한 결정을 내리도록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힘에는 거대한 책임이 따릅니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눈 앞에 마주한 거대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잠시 뒤로 미루었을 뿐입니다. 이는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런 모습이 당연시 되어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그 순간이야말로 조지 오웰의 예견했던 1984의 모습일 것입니다. 

 

I don't know what to do, but...

 

'1984'의 사회가 2020년에 실현 가능하게 만들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모두 저희에게 달려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당장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순응 대신, 주어진 상황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며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겠습니다.

만일 책임은 외면한채 큰 힘만 원하는 자가 있다면 저지하고 책임을 물어 힘과 책임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지금 벌이고 있는 게임에서 승리할 수 없어.
하지만 같은 패배여도 더 나은 패배가 있는 법이야."
-1984 중에서 윈스턴이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