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8 '얼마나 빠르게만큼 중요한 어떻게 가는지' [슈퍼 펌프드]

슈퍼 펌프드: 우버, 위대한 기회는 왜 최악의 위기로 돌변했는가 (마이크 아이작)

 

슈퍼 펌프드(Super Pumped): 최고의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한 상태

 

성공한 스타트업이나 기업가를 다룬 경영학 서적은 대부분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통상적인 책들과 달리 우버의 비상이 아닌 추락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색다른 플롯과 작가의 뛰어난 필력이 만나 5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엄청났습니다. 실패의 원인을 알려주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인터뷰와 만남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 진행 방식은 흡사 1인칭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버: 공유 자동차 산업의 서막을 열다

 

인생을 살면서 배운점이 하나 있다면 세상이 명백히 더 나은 선택지가 존재해도 이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시도가 불러일으킬 변화가 두려워 기득권은 '시스템'이라는 공동의 약속을 이용해서 현 상황을 유지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시스템'이 그 앞길을 막는 데 사용된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입니다.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의 교통 체증은 수십 년 동안 풀리지 않는 난제였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변화가 있었지만 번번이 기존 택시업계와 그들의 지원을 받은 정치인의 방해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트래비스 캘러닉은 달랐습니다. 그들에게 굴복하는 대신 확신을 갖고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많은 기사를 확보해서 접근성을 높였고 아이폰 및 법적 제재에 대한 각종 법률 서비스와 벌금마저 지원해주며 이탈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충분한 숫자의 기사들이 확보되자 이용자의 숫자가 늘기 시작했고 우버를 저지하려 했을 때에는, 이미 그 크기가 너무 커진 뒤였습니다. 

 

트래비스 캘러닉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택시 카르텔을 무너뜨렸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유 자동차 시장의 포문을 열어 새로운 산업의 도래를 알렸습니다. 

 

 

Were they right?

 

하지만 우버의 성장 이면에는 위법, 성차별, 사내정치, 도덕적 헤이 등 다양한 이슈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캘러닉은 성장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적으로 규정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너뜨렸습니다.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결과와 성과만을 중시 여기는 그의 위험한  가치관은 개인을 넘어 우버 전체로 전염되었습니다. 

 

2014년부터 생겼던 크고 작은 사건을 더욱 더 큰 투자와 성장으로 덮었지만 제대로 아물지 않은 상처는 곪고 곪아 결국 트래비스 본인을 이사회에 의해 쫓겨난 비운의 CEO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스타트업 씬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그의 기회를 포착하는 눈과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신속함과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은 정말 부럽고 배우고 싶은 역량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향성과 그를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사람 없는 상태에서 그의 장점은 트럭 운전대를 잡은 다섯 살 어린아이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What's more important is...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러닉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성공한 창업가'로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공유 산업의 시작을 알렸으며 전무후무한 최초의 데카콘이자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 우버의 CEO였던 점을 비추어보면 그리 과장된 평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만큼은 그를 '실패한 CEO'로 보고 싶습니다. 그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만일 그를 성공으로 기록한다면 분명히 누군가는 그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하고 과오는 반복될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모든 창업가는 세상을 어제보다 더 낫게 만들어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을 위해 갈등, 차별, 분란을 조장하는 기업이 되어서야 한다면 저는 조금은 느려도 밝은 미래로 이끌 수 있는 기업을 지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