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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김성민)

 

 

저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투자한 시간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고 지금의 노력이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즐깁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친구와 어울리며 얻는 즐거움, 이야기를 통해 얻는 위로감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곤 합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때때로 독서의 가치를 의심했습니다. 모두가 독서는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요?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것(ex. 운동, 자격증 준비 등)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던 중,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여기도 있다는 반가움과 함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서평을 쓰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쓸모'를 그 어느 때보다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쓸모'란 무엇일까?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용가치, 소비가치로 즉시 환원되지 않는다. 새로움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스미는 지속성을 지향한다. 쓸모를 의미하는 쓸 만한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여서 독서는 아름답고 쓸모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흔히 쓸모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합니다. 돈을 벌 수 있는 행위는 쓸모가 있는 일로, 돈을 벌 수 없는 일은 쓸모없는 일로 평가하곤 하죠. 실제로 제가 위에서 언급한 '효율적', '생산적'의 의미도 결국은 돈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위 관점에서 독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기록이 남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에 작가는 자신의 견해를 한 가지 더 밝힙니다. 

 

독서에 깊이 빠지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현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 감각이 현실을 다르고 새롭게 보게 한다. 이전과 조금 다른 내가 되는 것이다. 나를 변화시키는 독서란 그런 것이다.

 

 

인생의 자유이용권: 독서

 

현실적인 이유로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의 일상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이 익숙함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얻지만 때로는 현실의 안주와 정체로 이어집니다.   

 

 

꿈(=현실)에서 깨어나게 해주는 킥(=책)

 

 

그렇기에 작가에게 독서는 단순한 책 읽기를 넘어, 현재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침서입니다. 

 

책에는 시간과 거리의 제약이 없는 만큼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배우거나 내가 알던 것을 다른 관점에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작가의 서평 중 하나인 '빨강 머리 앤'에서 앤의 양아버지인 매튜 아저씨가 세상을 떠난 밤, 그녀의 친구인 다이애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앤과 함께 있으려 합니다.

 

 

'이건 다이애나의 슬픔이 아니에요. 그 애는 외부인이고, 제 마음 깊은 곳을 달래줄 수 없어요.

이건 우리의 슬픔, 아주머니와 저의 슬픔이에요. 

 

 

하지만 앤이 느끼는 슬픔 안으로 다이애나는 들어올 수 없고 공유할 수도 없기에 그녀를 돌려보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거나 힘들 때, 경청하고, 공감하고 위로해주며 그녀의 아픔에 닿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느꼈던 것은 아픔의 개별성이었습니다. 내 노력은 나는 네가 아니고, 네가 될 수 없는 현실만 자각시켜 주었습니다. 

 

닿지 않음을 알아도 나의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기를 항상 바랍니다. 특히 인간 관계과 단절되고 하루하루가 힘든 시기야말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연대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아픔에 닿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배우기 위해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이 아닐까요?

 

 

책의 파괴적인 성향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를 마지막으로 저는 또 책을 읽으러 가보겠습니다. 

 

책을 본다는 것은 책이 나의 영역 속으로 침범하도록 온전히 내버려 둔다는 의미가 된다. 그럴 때 나는 상처 받을 위험성과 예상하지 못한 타격에 노출된다. 독서가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과 자아 파괴를 감수해야 한다. 그 지점에 새로운 탄생이 존재한다.
독서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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