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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미래 (구본권)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를 제외하면,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공부는 영어와 스페인어입니다.

취업과 해외근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위해 영어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스페인어를 추가로 학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 공부를 하다 보면 문득 제대로 된 시간 활용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현재 수많은 IT 기업들이 앞다투어 번역기를 개발하고 있고 미래에 꼭 필요한 지식이 언어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예라고 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제 공부에 대해 의심을 품던 찰나,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책은 알파고의 등장을 통해 지금까지 공부한 모든 것들이 부정되고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었는데 그 내용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어에 대한 제가 얻은 해답은 마지막에!) 

 

우선 저자는 구체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하드 스킬(독해력, 타이핑 능력, 수학 실력 등) 대신 소프트 스킬(공감 능력, 회복 탄력성, 책임감, 설득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드 스킬은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에 의해 대체가 가능한 반면 소프트 스킬만큼은 어떤 기계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입니다. 

 

미래에 강조되는 네가지 소프트 스킬

 

1. 창의성

창의성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인물 중 하나는 스티브 잡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기존에 존재했던 것들을 연결한 것입니다.

 

아이폰은 기존의 MP3+휴대폰+인터넷을 한데 묶은 것이며 매킨토시의 그래픽 사용자 환경은 제록스의 개인용 컴퓨터 알토(Alto)에서 영감을받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창의성이란 점과 점을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창의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창의성의 시작은 호기심입니다. 질문의 크기가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내 호기심의 크기에 따라 내가 닿을 수 있는 지식의 수준과 범위, 나아가 삶을 대하는 폭과 깊이가 달라집니다.

 

창의성은 모난 돌과 같습니다. 주류의 것을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순간 크고 작은 저항에 부딪히듯, 창의적인 것은 사회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게이 지수(gay index)와 첨단 기술이 높은 도시의 순위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창의성을 북돋기 위해서는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모난 돌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유로운 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창의성이 빛날 것입니다.

 

 

2. 비판적 사고력

비판적이라는 뜻의 영어 critical은 그리스어 Krinein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정확하게 '가르다', '식별하다', '판단하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고로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지식이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그 지식과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주의 깊게 따지면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비판의 경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의미보다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비난한다는 의미가 대부분입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의미 대신 삐딱하고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에 더 가깝게 쓰입니다. 이렇듯 일상의 잘못된 쓰임으로 인해 비판적 사고는 오해되고 있으며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 군부독재정권과 유교문화, 절차와 과정보다 효율성과 결과를 우선시하는 사회문화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럼 비판적 사고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비판적 사고력을 익히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이 오류 투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의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1/50에 불과하지만 산소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과소비 기관입니다. 뇌는 과부하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매번 새로이 생각하거나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고정관념이나 앞선 경험, 각종 편향에 의존합니다. 생각하는 과정을 최소화해서 자원을 아끼는 것인데 이를 '인지적 구두쇠'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비판적 사고를 갖추기 위해서는 뇌가 인지적으로 게으른 구두쇠이고 구석기시대부터 형성된 각종 편향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을 자각해야 합니다.

 

위 사실을 자각했다면,

첫째, 지금보다 더 나은 지식이 있음을 이해하라

둘째, 주장의 근거를 흔들어라

셋째, 말하는 이의 의도를 읽어라

넷째,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라

이 네가시 생각을 바탕으로 꾸준한 거리두기와 자기 성찰이 동반되었을 때 우리는 옛 선인들 모두가 꿈꾸던 비판적 사고력을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3. 자기통제력

자기 통제력에 관란 유명한 실험으로 '마시멜로 테스트'가 있습니다. 실험의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면, 아이가 얼마나 참을성이 있는지를 보면, 미래에 그 아이가 성공적 삶을 살아갈지 아닐지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이후에 이뤄진 2, 3차 마시멜로 테스트는 생각보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차 때와 달리 마시멜로에 뚜껑을 덮어 눈에 보이지 않게 하고, 신뢰를 형성하고 진행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인내심은 확연히 증가했습니다.

 

위 결과를 통해 인내심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 올바른 환경설정과 노력을 통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인내심이 왜 중요한 것일까요? 인내심은 자기 통제력과 연관이 있고 자기 통제력은 곧 행복과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해녀학교에서는 물질에 앞서 가장 먼저 자신의 숨 길이를 알도록 가르친다고 합니다. 눈 앞의 전복을 따기 위해 주저한 몇 초가 생사를 결정짓기 때문에 자신의 숨길이를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숨 길이는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 하군 해녀가 상군 해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해녀들이 이를 한탄하는 대신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활용하여 그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해산물을 채취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다룸의 대상으로 바라봄으로써 그들만의 행복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4. 협업 능력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수많은 유인원 중 한 종에 불과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생태계를 지배하는 탁월한 생명체가 된 이유를 사회적 소통 능력을 꼽습니다. 돌고래나 침팬지도 집단생활을 하지만 인간처럼 언어로 국가나 종교, 사상 같은 상징과 목표를 갖는 사회성을 갖춘 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높은 사회성을 갖추었지만 과거에 비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공감 능력이 점점 희소해지는 요즘, 협업 능력은 더욱 귀중한 가치로 평가받습니다.

 

대학에서 팀 프로젝트 과제를 내준다면 강의평가 점수가 낮아지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무임승차, 불편한 관계 등 여러 가지 이유는 전 세계 모든 대학에 존재하는 문제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조별과제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그 원인을 우리는 대한민국의 평가 방식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은 협업의 기본 태도를 가르치는 대신 오로지 개인별 결과 위주로만 평가합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옆자리에 앉은 친구는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파트너보다는 성적과 학점을 놓고 싸우는 적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협업은 학업 성취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강의를 직접 보고 들으면 50%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다른 사람을 가르칠 경우 95%에 달하는 내용을 기억합니다. 뿐만 아니라 협업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다양한 관점을 경험할 수 있고 혼자서는 절대 해결하지 못하는 복합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롭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옆사람과의 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언어는?

 

만약 언어를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으로 여긴다면  통역기와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대신 언어를 다른 문화와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로 여긴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언어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엿보며 다양성을 경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시간은 낭비가 아닌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가시적으로 성과가 남지 않는 공부를 하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걱정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위 네 가지를 나침반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합니다. 

 

무슨 공부를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독서는 충만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 프란시스 베이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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