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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환자실 간호사로 20년을 근무한 조현아 간호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4분이면 죽는 거야, 뇌는. 그러면 살아난다 해도 평생 누워서만 지내야 돼. 환자의 심장이 멎을 때마다 담당 간호사가 얼어붙어서 시간을 지체할수록 환자는 그렇게 되는 거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우선은 달라붙어. 달려들라고, 너와 네 환자 사이가 가까울수록 네 환자는 살아날 확률이 높아지는 거니까.’
-> 이 문장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업무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잠깐 멍 때리면 금방 지나가는 4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정말 중요한 시간입니다. 간호사가 지체하는 순간 그는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그들의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아야만 받은 돌봄을 그대로 환자에게 베풀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 누구의 보호도, 돌봄도 받지 못한 채 내 환자들에게 무한한 돌봄을 베푼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밝은 척, 괜찮은 척, 내 환자들에게 미소 짓고 그들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은 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돌봄을 베풀지만 정작 그들은 사회에서, 병원에서, 환자에게조차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권리는 항상 마지막입니다. 언제 그들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껏 그래왔듯 서 있는 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고생을 알아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 갇힌 채 어쩔 수 없이 간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게 저희들의 바람입니다.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주고 서 있는 두 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 넣어 주세요.
->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이 문장은 책의 다른 어떤 문장보다도 저에게 간호사라는 직업의 숭고함과 노력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때로는 그 어떤 긴 설명보다 한 문장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시트를 걷어내고 천천히 아기의 기저귀부터 정성스럽게 갈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흔한 풍경이었겠지만 아는 사람이 보면 날카로운 슬픔에 따갑게 베이는 듯 아픈 풍경이었다.
그녀의 손은 떨고 있었고 눈물은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기가 세상을 떠났어도 그녀는 엄마였다.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손수건으로 아기의 엉덩이를 닦아낸 다음 작고 여린 몸을 씻어냈다. 이제는 더 이상 자라지 않을 아기의 몸에 기대어 깊은 입맞춤을 하자 엄마의 눈물이 아기의 몸 위로 스며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무겁지만 경건하게, 아프지만 내려앉는 침묵 속에 빠지게 하는 풍경이었다. 엄마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만히 가방을 열어 박스를 꺼냈다. 박스 안에는 백일 때 입히려던 순백의 레이스가 달린 새 원피스가 들어 있었다. 오로지 천사만이 입을 수 있도록 허락된 옷 같았다. 마치 잠든 아기에게 옷을 입히려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늘어진 팔을 소매에 끼웠고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내렸다. 또 다른 순백의 양말이 아기의 작은 종아리를 덮었고 순백의 머리띠가 아이의 머리를 감았다. 100일도 못 살아낸 아기를 보내는 엄마의 마지막 의식이었다. 아기는 마치 잠든 천사처럼 작고 아름다웠다. 엄마는 영안실까지 아기를 직접 품에 안고 가기를 원했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엄마의 한쪽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엄마의 온기에 제 몸을 맡겼다. 아빠의 커다란 손이 아기의 머리를 따사로이 어루만졌고 곧 엄마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그들의 발길이 영안실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뒷모습은 완벽했지만 걷는 걸음마다 흥건한 슬픔이 짙게 배어났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고 사람들이 말했다. 자식을 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은 평생 동안 돌덩이처럼 무겁고 흥건한 슬픔을 걷는 걸음마다 짙게 배어나게 한다는 것을 그때 알 수 있었다.
-> 생각보다 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서평에 집어넣은 이유는 글의 섬세함 때문입니다. 글의 상황은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기를 잃은 부모님의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아이를 가져보지도 않은 제가 보아도 그녀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가슴시리게 잘 표현했습니다. 다소 과해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과함이 슬픔을 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 그 아름답고도 슬픈 직업에 대하여
간호사가 가족조차 꺼리는 사망한 환자를 양치시키고 열린 항문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대변을 씻겨주며 소독약으로 얼룩진 몸을 구석구석 닦이고 면도를 하는 것은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그래왔고 내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왔다. 그건 ‘인간에 대한 예우’였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수많은 간호사들이 돈이 되지 않는 ‘인간에 대한 예우’를 하느라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그건 결코 돈으로도 환산되지 못할 것들이었다.
간호사란 직업은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환자들을 열심히 돌보면 돌볼수록 점점 자괴감이 커져가는 직업 같았다. 어쩌면 자괴감이란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낸 사람들만이 느끼는 감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현재 간호사의 처지를 정말 잘 표현한 문장입니다.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만이 실적으로 인정받는 현실을 꼬집습니다. 물론 병원이 자선 단체가 아니며 이윤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옳고 그름을 정의할수는 없지만 그들의 가치의 척도가 이익으로 결정되는 것이 씁슬할 뿐입니다. 그들의 자괴감의 크기와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이 비례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단순이 급여 좋은 직업이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책을 통해 느낀점이 있다면 글쓰기의 파급력이었습니다.
간호사들이 현실적인 이유(병원의 압박, 강도 높은 근무, 사람들의 비난 등등)로 알리기를 주저하는 대신
그녀는 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간호사의 실태를 알리고 맞서 싸워나갔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간호사가 돈 많이 버는 좋은 직업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단순히 돈 많이 버는 직업이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그 장벽들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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