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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은 참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평화롭고, 공기 좋고, 산, 계곡, 바다를 모두 갖고 있으며, KTX가 개통된 이후로는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좋습니다. 

 

그런 강릉에서 아쉬운 점을 한가지만 꼽자면, 문화 시설의 부족입니다. 주말 오후에 공부도, 운동도, 게임도 하기 싫을 때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전시회나 박물관, 다양한 공연이나 콘서트는 강릉에서는 방학 시즌에나 볼볼 수 있는 특별 행사입니다. 

 

그랬던 강릉에서 오늘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을 한 군데 발견했습니다.

 

고래책방&빵집 전경

바로 시내 근처에 위치해있는 고래책방&빵집입니다.   

 

저는 책 특유의 냄새와 질감을 좋아합니다. 돈을 절약하고 편하게 휴대하기 위해 이북리더기를 이용해보기도 했지만 종이책을 읽을 때의 만족감과 감흥은 따라가지를 못합니다. (마치 육고기가 아닌 식물성 고기를 먹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서점에 가면 마치 뷔페 레스토랑에 간 것처럼 설렙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골라보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들을 읽어보고,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의 책들도 훑어봅니다. 완독의 부담 없이 프롤로그와 책의 주요 부분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제 지적 허영심이 충족되는 느낌입니다. 

 

1층 고래빵집

고래 빵집의 구조를 빠르게 살펴보자면

B1에는 강릉 지역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서적과 강릉 출신 작가들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으며

1층에는 카페, 베이커리

2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공간, 강릉시와 관련된 작품(그림, 사진 등)

3층에는 브런치 카페,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강릉 공방의 작품과, 고서적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강릉헌책방'의 고전, 사전 전시

보시다 싶이 책방이라고 하기에는 책 이외의 것들이 참 많습니다. 

 

강릉 '한나무공방'의 작품

고래책방은 단순히 서점의 역할만 추구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단순 판매를 넘어 강릉을 연고로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전시관의 역할을, 관광객들에게는 관광지 강릉이 아닌 강릉 본연의 스토리를 전하는 스토리텔러이며 아이들과 시민들에게는 편히 쉬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쉼터의 역할을 합니다. 

 

괜히 한 번 읽어보게 된다

기존의 서점들이 책을 '판매'했다면 고래책방은 책을 '전시'해두고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환경보호에 대해,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해, 글과 친해지는 것에 대해 화두를 당신의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책과 정보들을 주변에 배치해둡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고민

 

고래책방을 둘러보면 볼수록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 떠올랐습니다. 직접 방문해본적은 없지만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서점 분야에서 연 매출 2조원 이상을 올리는 츠타야는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일본 유명 책방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책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요리책 옆에는 각종 식기나 식재료가, 원예책 옆에는 씨앗과 화분, 디지털 원예기구 등을 갖춰 놓는 등 책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함께 판매하고 있죠. 음악 서적과 음반, 문화 서적과 스타벅스가 나란히 자리해 있고 스포츠 서적 근처에는 농구 용품이나 자전거가 판매되며 여행 도서 코너에서 몇 걸음 걸으면 여행 안내 데스크가 자리하고 있어 항공권이나 기차 티켓을 예매할 수도 있습니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그리고 이를 가능했던 것이 '사람''이야기'입니다. 만일 그들이 단순이 물건만 비치해두었다면 이는 하이마트나 이마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신 그들은 각 분야별로 컨시어저(=컨설턴트)를 배치하여 지적자본을 함께 판매했고 그 주변에 형성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 즉 이야기를 형성했습니다. 

 

고래책방도 츠타야의 방향을 추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책을 매개체로 하여 그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지 않을까요?

 

뿐만 아니라 책방을 거닐다 보면 군데 군데 Instagrammable(인스타에 올리기 적합한)한 스팟들이 몇군데 눈에 띕니다. 가고 싶은 장소가 되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뽐내고' 싶어하는 젊은 층의 욕구도 잘 캐치한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옆 계단도 그냥 두지 않는 디자인

정말 강릉에서 보기 드문 '판매'가 아닌 '문화'를 구축하려는 욕심이 보이는 장소였습니다.  

 

3층 세미나실

나른한 오후, 고래책방에서 책 한권 읽어보시는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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