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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과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어렸을 적 친구와 싸우고 오면, 부모님이 항상 해주던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사과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셨던 어른들은 승리라는 달콤한 사탕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익히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사과의 진정한 의미는 점점 잊히고, 형식적이고 거창한 쇼만 만연했습니다.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뉘우치는 마음 없이 사과문을 읽는 모습을 보면 불편함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Yoho 의원과 AOC 의원(출처: CNN)

약 4개월 전,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미국에서 정치적 견해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플로리다 주의 Yoho 의원이 동료인 AOC(Alexandria Ocasio-Cortez) 의원에게 입에 담지 못한 욕설이 뱉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Yoho 의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그 현장을 목격한 기자에 의해 공론화되자 지식인답게 빠르게 사과문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조금 이상합니다. 사과의 대상이 AOC 의원이 아닌, 자신의 실언(의도하지 않았지만)에 실망한 미국의 국민들이었습니다.

 

Yoho 의원의 사과 연설(출처: NowThisNews 유튜브 채널)

그는 자신이 굉장히 이성적이며(cognizant), 3선 의원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자 두 딸의 아버지라는 점을 들어 누군가를 언어 폭행하거나 성추행할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번 사건은 고의가 아닌 이견 다툼 중 발생한 실수였으며 다시는 이런 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관적인 견해로 사과문보다 성명서에 가까웠습니다.)

 

Yoho 의원의 '사과'에 대해 AOC 의원도 답변을 합니다. 

 

답변하는 AOC 의원(출처: 야후뉴스)

결과부터 말하면, 그녀는 Yoho 의원의 반성 없는 사과를 받지 않습니다. 

Yoho 의원이 여성(부인과 두 딸)을 방패 삼아 변명하는 모습을 꼬집으면서,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여성에 대한 비인격적 언행과 문화적 차별을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바텐더로 일하면서 당했던 수많은 성차별적 발언과 언어폭력, 인종차별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발언이 전혀 새로울 것 없이 익숙한 경험이었지만, 그녀의 침묵이 몰상식한 남성들의 성차별적 발언과 행동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을 우려하며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그녀의 10분 간의 연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일 수 있는 가장 성숙하고 단호안 대응이었습니다.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절대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그걸 알기에 우리는 말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종종 자신의 재력, 위치, 인맥을 믿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원하는 말을 뱉고 사과를 통해 용서를 강요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사과는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의 크기가 크면 사과만으로 그 잘못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주는 대범함을 갖추기보다는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배려를 조금 더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상을 망치는 건 부끄러움을 너무 안 타는 어른들이라고 생각해요.
부끄러움을 아는 자들의 배려가 세상을 따듯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류수영이 한 학생에게 해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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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야기  (0)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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